용산역 빨간등불 사이를 헤매다. --

난 길치다.
그것도 왕길치다.
대략 사람 아니다. --

백화점에 갇혀서 보안요원이 꺼내준 적이 있다.
두 번이나.
(백화점 등은 일정 시각 이후로 계단 쪽에서 문을 못 연다.)
대형마트에서 쇼핑을 하다보면 이상하게도 집하장이나 직원전용 공간이 나온다.
매장으로 돌아가려면 묻는 수밖에 없다.
그것도 한 명한테 물어서는 못 돌아간다.
꺾이는 곳마다 여러 번 물어야 한다.
PC방에 갇힌 적도 있다.
출구를 못 찾아서 카운터에 물었다.
얼굴이 화끈거리긴 했다.
하지만 별 수 없다.
살아야하니까!
친구들과 모임이 있으면 의외로 편하다.
전철역에서 장소 물으면 대답이 비슷하다.
"거기 있어! 움직이지마! 데리러 간다!"
혼자 찾아가면 엉뚱한 데에 있기 일쑤라 다들 데리러 온다.
이야기하자면 한참이겠지만 오늘은 딴 얘기다.

어제는 반가운 사람들과 일잔 걸쳤다.
사무실 근처에 아는 데가 별로 없어서(있어도 잘 모른다) 2차는 용산역 근처로 손님이 안내했다.
(사실, 사무실도 용산역 근처다. --)
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헤어졌는데 거기부터 문제였다.
용산역 앞에는 빨간 등불 아래 얇은 드레스 한 장 달랑 걸친 색시들이 늘어선 곳이 있다.
(한 달 전에 보고는 깜짝 놀랐다. 경찰이 왔다갔다 하는데 아무도 신경을 안 써서 신기했다.)
어제는 거나하게 취한 터라 몹쓸 길치병이 도졌다.
택시도 잘 안 잡혀서 이리저리 헤매다가 색시집 골목에 들어서고 만 것이다.
모자 눌러쓴 삐끼 중년여성들이 뎀벼들었다.
난감한 순간을 모면하고 골목을 통과했는데 잠시 후에 또 들어서고 말았다.
또 잡더라. --
또 도망치다시피 빠져나와서 대로 찾아 헤매는데 눈앞에 또 빨간등불이 나타났다.
술은 췌지 삐끼는 뎀비지 길은 안 나오지 죽는 줄 알았다.

어찌어찌 집에 와서 쓰러져 잤는데 아침에 아내가 물었다.
자면서 웬 삐끼 욕을 하냐고. --

이런 나를 사랑하는 아내가 있어서 천만다행이다.
여보 고마워요. ^^

by 진신두 | 2008/11/07 11:36 | 트랙백 | 덧글(15)

트랙백 주소 : http://chipo70.egloos.com/tb/1066009
☞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(트랙백 보내기) [도움말]
Commented at 2008/11/07 13:11
비공개 덧글입니다.
Commented by 진신두 at 2008/11/07 13:32
고맙습니다 비밀글님.
근데,
캬캬캬캬캬캬~~~~
요거는 좀... --
Commented by 바비 at 2008/11/07 14:07
용산역은 여전한가 봅니다.
Commented by 진신두 at 2008/11/07 14:30
그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데에 떠억 하니 빨간 등불이 있다는 게 무척 신기하더군요. ^^
Commented by 녹슨 at 2008/11/07 16:11
어째서 결론이... 제 심금을 울리는군요.
Commented by 진신두 at 2008/11/07 16:53
역시 그렇죠? ^^V
Commented by 백연 at 2008/11/08 13:03
전 그 난감함을 즐깁니다. 애써 피하려 하지 마십시오....-_-
Commented by 진신두 at 2008/11/08 20:08
그건 그렇지... --

네비 찍고도 소래포구 대신 간석동 소래횟집에 도착한 우리는 도대체 어느 별 생물일까? ㅜㅜ
Commented by 아자자 at 2008/11/09 21:09
길치에다 네비를 맹신하면 내꼴 날지도..-_-;
얼마전에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네비의 멘트를 듣고 내렸는데
터널 중간이드라는..:)
Commented by 진신두 at 2008/11/10 08:54
커헉! --
네비 믿다가 고속도로 반대편으로 탄 적도 많아서 전 80% 정도만 믿습니다.
(물론 안 믿어서 그런 경우도 그만큼은 됩니다. --)
Commented by 루시 at 2008/12/17 11:54
힘내세요^^*
Commented at 2008/12/17 11:58
비공개 덧글입니다.
Commented by 진신두 at 2008/12/17 17:16
고맙습니다 비밀글님.
제 생각도 바로 그렇습니다. ^^
Commented by 이그니시스 at 2008/12/20 19:06
음... 일단 머릿속에 지도를 그리는 것부터 시작하시는 겁니다.
지도를 여러 장 만든 걸 이용해 3각 측정으로 자기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면,
길치에서 탈출하실 수 있습니다.(불끈!)
Commented by 진신두 at 2008/12/22 10:46
음...
음...
...... --

지도 한귀퉁이 그리다가 포기했습니다.
네비게이션 업데이트나 함 해야겠습니다! ^^

:         :

:

비공개 덧글

<<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>>